부자 아버지 vs 가난한 아버지
가난한 아버지 : 돈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을 구해야 한다.
돈은 안전하게 사용하고 위험은 피해라.
똑똑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자 아버지 : 돈이 부족한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를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위험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라.
네가 똑똑한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중에서
정식 졸업 전에 취업이 되었다.
3D 애니메이션 라이팅 일로 돈을 버는 게 목표였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회사에서 일을 한지 한 달도 안 되어 TV에 방영되는 3D 애니메이션에 이름이 올라갔다.
처음으로 제작팀에 이름을 올리는 희열을 느꼈다. 누가 뭐라 해도 라이팅 아티스트였다.
스스로 만족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 사이 시간이 흘러 졸업 사진을 찍는 날이 되었다.
조기 취업으로 수업 일수가 모자라 정식 졸업은 아니었지만 졸업사진은 찍을 수 있었다.
나름 전문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평생 없을 것 같던 가방끈이 길어진 듯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데 사람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회사 복지가 어떤지, 사람들이 어떤지, 일은 어떤지.
나도 모르는 게 많아 대답을 못한 것이 더 많았다.
3D 애니메이션 라이팅 파트에서 중요한 것은 졸업장이 아닌 실력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표현하면 된다.
그게 전부다.
다만, 라이팅 파트가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 특별해 보일 뿐이다.
외주를 주로 하던 회사는 점차 일이 많아졌다.
하던 일도 더 많아지고 새로운 일도 더 생겼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3D 게임 일도 생겼다.
매일매일이 바빴고, 날짜를 잊는 날이 많아졌다.
TV 방영하는 날에 맞춰 일을 끝내야 했기에 스케줄을 칼같이 지켰다.
개인 시간이 없어졌다.
월세를 내던 자취집은 욕실 사용으로만 쓰는 날이 많아졌다.
친구들과 학교 동기들과의 연락이 자연스레 뜸해졌다.
어느 날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갔다.
집에는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었고, 엄마가 없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던 사이 엄마가 이사를 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여전히 즐거웠다.
그런데 중간중간 내가 모르는 일들의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나는 바빴고, 친구들은 그런 나를 배려해 힘들고 어려운 일은 얘기하지 않았다.
강남에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나를 자랑스러워만 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출근, 밤샘작업은 나의 열정과도 같았다.
어김없이 녹초의 몸으로 동트기 전 자취집으로 갔다.
1층 횟집 사장님을 만났다.
수도세를 내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몇 달 치가 밀려 있었다.
다음날 이것저것 정산을 하고 나니 통장에 돈이 없었다.
이상했다.
나는 매일 18시간씩 일을 하는데 돈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만 했을 뿐 돈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확인했다.
흥청망청 쓰지 않았지만 버는 돈이 적었다.
무엇보다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 상태라면 한 달이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졌다.
계획이 필요했다.
3달 정도 일은 안 해도 될 만큼의 돈을 모야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적금을 들었다.
한 달에 무려 10만 원씩.
몇 달이 지나고 더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나의 적금은 깨졌고, 자취집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다.
원치 않는 이직의 순간이 왔음을 느꼈다.
다시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했다.
졸업 전 포트폴리오와 1년 동안 일을 하며 쌓인 나의 이력의 결과물들을 차곡차곡 모았다.
여전히 3D 애니메이션 라이팅 파트의 구인 공고는 없었다.
단 한 회사. 경력 3년 이상만 지원 가능한 중견 회가 하나만 있었다.
그림의 떡이었다.
나의 첫 사수인 경력 10년 이상의 실장님이 나에게 이직을 권하셨다.
밀리는 월급에 실장님은 이미 다른 회사에 계약이 되어있었다.
나의 이직을 최대한 도와주셨다.
교수님 중 한 분께 연락해 도움을 구했다.
그분은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로 라이팅 파트에 포트폴리오를 넣어 보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력 3년 이상만 뽑는 중견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경력 1년 차에 중견 애니메이션 회사 라이팅 아티스트가 되었다.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지.
나는 양쪽 모두를 갈 수는 없었지.
오랫동안 서서 곰곰이 생각했지.
한쪽 길을 멀리까지 바라보았지.
그 길이 덤불 속에서 굽어져 있는 곳까지.
그러다가 똑같이 좋은 다른 길을 택했지.
어쩌면 그 길이 더 나은 것도 같았지.
풀이 더 많았고 발길을 기다리는 듯싶었기에
그 길도 다른 길처럼
비슷하게 닳아 있었긴 했지만,
그날 아침 그 두길 모두
아무도 밝지 않은 나뭇잎들에 덮여 있었지.
오, 나는 하나는 다음날을 위해 남겨두었지!
하지만 길이 어떻게 길로 이어지는지 알았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한숨을 지며 이 얘기를 할 수밖에.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흐른 후에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노라고,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이 내 운명을 정했노라고.
로버트 프로스트 (19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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